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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 감정 심리

우리는 왜 '싫은 사람'에게 더 오래 매달릴까?

by closeness0927 2025.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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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싫은 사람'에게 더 오래 매달릴까?

 

누군가를 생각할 때, 이상하게도 좋은 사람보다 싫었던 사람이 먼저 떠오릅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불편했던 사람의 얼굴이나 목소리는 생생하게 기억나고, 당시 감정까지도 고스란히 떠오르곤 하죠. 반면, 따뜻했던 사람의 기억은 흐릿해집니다. 왜일까요?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것은 인간의 '생존 본능'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뇌는 위험 요소를 더 강하게 기억하도록 설계되어 있죠. 특히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amygdala)'는 부정적인 감정을 각인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누군가와의 갈등, 상처받았던 상황은 뇌에게 일종의 '경고 신호'로 저장되며, 다시는 비슷한 상황을 겪지 않기 위해 오래도록 간직되죠.

 

예를 들어 학창 시절, 수많은 친구 중 우리를 따뜻하게 대해준 친구보다 조롱하거나 무시했던 아이가 더 강하게 기억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잘 지내던 동료보다, 나를 몰래 험담했던 사람의 이름이 훨씬 더 선명하게 떠오르죠.

 

또한,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와도 연결된다고 봅니다. 대표적인 방어기제로는 억압, 투사, 동일시가 있는데, 우리는 자신이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을 억누르거나(억압), 타인에게 떠넘기고(투사), 심지어 닮아가기도(동일시) 합니다.

 

예컨대, 누군가에게 무시당했던 경험이 있을 때, 우리는 그 감정을 억누르다가도 유사한 상황에서 다시 폭발하거나, 다른 사람을 통해 그 감정을 대신 표출하기도 합니다. 때론 나를 무시한 사람처럼 행동하면서, 오히려 그 사람을 닮아가기도 하죠. 이 모든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며, 싫었던 사람의 기억이 계속 우리를 따라다니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첫 번째는, 감정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정말 나에게 상처를 줬구나”라고 솔직히 받아들이는 것이 시작입니다. 두 번째는 그 사람을 나의 일부로 해석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행동은 그의 문제이지, 나의 가치와는 별개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관계에 집중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과거가 아닌, 지금의 나를 채우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려야 합니다.

 

결국, 싫은 사람을 오래 기억한다는 건 우리가 이상한 게 아닙니다. 그만큼 우리는 상처에 민감하고, 다시는 다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라는 뜻이죠. 그 기억에 머물지 말고, 그 기억을 이해하는 데에서 한 걸음 나아가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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