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 보기 전까진 바둑에 그렇게 큰 관심 없었어요.
‘천재 소년이 스승을 이겼다’는 스토리는 어디서 들어본 것도 같고,
감정선이 깊게 들어갈 수 있을까? 싶었죠.
근데 《승부》는 다릅니다.
단순한 바둑 영화가 아니에요.
스승과 제자의 팽팽한 긴장감, 말 한마디에도 꺼내지 못하는 감정들,
그리고 삶의 궤도를 뒤흔드는 ‘한 수’의 무게를
이토록 치열하게 그려낼 수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 실화의 힘, 그러나 감정은 훨씬 더 깊다
《승부》는 바둑계의 전설, 조훈현 9단(이병헌)과 그의 제자 이창호 9단(유아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에요.
사제지간이자 승부의 세계에선 서로의 최대 라이벌인 두 사람.
그 설정만으로도 이미 긴장감이 장난 아닌데,
영화는 ‘누가 이기느냐’보다 ‘왜 그 한 수를 뒀느냐’에 더 집중해요.
그리고 그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죠.
말보다 침묵이 더 무겁게 느껴지고,
승부보다 관계가 더 오래 남아요.
■ 인상적인 장면: 침묵 끝에 나온 단 한마디
개인적으로 가장 강하게 남았던 장면은,
이창호가 조훈현에게 이렇게 묻는 장면이었어요.
“사범님은… 왜 저를 키우신 거예요?”
스승을 이긴 제자.
그 제자가 다시 스승에게 되묻는 장면에서
조훈현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여요.
그 한 장면이 이 영화 전체를 요약해요.
승부라는 건, 누가 이기고 지는 게 아니라
누구의 인생에 어떤 자국을 남겼느냐라는 걸요.
■ 배우들의 연기가 모든 걸 끌고 간다
이병헌은 여전히 말이 필요 없는 배우였고,
특히 초반엔 말수도 적고 표정 변화도 거의 없는데
눈빛 하나로 ‘카리스마와 무너짐’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반면 유아인은 굉장히 절제돼 있어요.
이창호라는 인물 자체가 내면에 감정을 숨기는 타입이라,
표현이 크지 않은데도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요.
두 사람이 나란히 바둑판 앞에 앉아있는 장면들만 봐도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였어요.
말이 없는데 대사보다 더 많은 것들이 오가는 느낌.
■ 흑과 백, 인생의 대국
감독이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어요.
바둑판을 그냥 게임 도구로 쓰지 않았다는 거예요.
바둑이 삶의 은유처럼 다뤄져요.
내가 둔 수가 지금은 좋아 보여도,
몇 수 지나면 그게 독이 되고
가끔은 일부러 져야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온다는 것.
이창호가 마지막 한 수를 두기 전,
카메라가 손끝을 천천히 따라가면서 조용히 멈추는 장면이 있어요.
관객 모두가 숨을 멈췄을 겁니다.
그 한 수가 무슨 의미인지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요.
■ 결론: 이건 바둑 영화가 아니다, 사람 이야기다
《승부》는 바둑을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빠져들 수 있는 영화예요.
정확히 말하면, **‘사람을 사랑하고, 질투하고, 그리워했던 시간들’**을 담은 이야기예요.
그리고 가장 치열하게 사랑하고 가장 외로웠던 두 사람이
같은 바둑판 앞에서 침묵으로 나누는 대화.
이건 그냥 영화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스승에게 지는 제자보다, 제자에게 지는 스승이 더 외롭다”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 놓치지 마세요: 5월 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됩니다
극장 개봉을 마친 《승부》는 드디어
2025년 5월 8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동시 스트리밍됩니다.
극장에서는 이미 200만 관객을 넘겼고,
넷플릭스에서는 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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